• 최종편집 2024-03-28(목)
 

* 故 조현근 시인을 기리며

<南江 여승익 >


처음 조현근 시인 선배님을 본 것은

곰솔문학회 회장 이취임식 때였다.

머리카락이 강렬하게 희여 특별히 눈에 들어왔다.


前 울산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한,

신임 정은영 회장님과 함께 일을 하는

신임 남선희 사무국장님이 모셔온 동기분이다.


말씀도 거의 없는 분으로 기억된다.


마산 소계 시장 옆에 있는 골목의 횟집이

첫 만남이자 모임을 한 장소이다.

그리고 그 만남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 이후,

전화 통화를 했으며, 곰솔문학회 단톡방에

안부를 주고 받은 게 전부 였었다.


김의현 회장님과 함께한 사무국장 일을 끝마치는 자리였다.

신임 남선희 사무국장님 열정으로

코로나19 아래서 많은 동문 문인들이 함께 하게 됐다.


그때 처음 접한 게 고인이 쓴 '휴게소'였다.


휴게소

<조현근>


바쁘게 살다가

내몰려 도착한 곳은

병원입니다


구백 리 서울 가는 길에는

휴게소가 열 개를 넘는데

오십 년 내 인생길에는

휴게소가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넘어진 김에 쉬어가라 합니다

그러나 병원은

쉬기 위한 휴게소가 아니라

얹혀서 찾아온 바늘이 너무 무서운

용한 어느 할머니집 같습니다


이제 이 집을 나가면

풍광 좋은 추풍령휴게소를 찾아

야외 탁자에 앉아

강원도 찰옥수수를 먹고

천안 삼거리 휴게소에서는

호두과자 한입 맛있게 먹을 참입니다

<전문>


시를 읽고 탁하고 가슴에 와닿는 기운이 들어왔다. 마치 공광규 시인의 '수종사 풍경'을 접할 때 느낌이 찾아왔다. 그만큼 시인의 낱말은 쉬웠다. 그러나 품고 있는 뜻은 저렸다. 나의 시는 시가 아니라는 자책을 하고도 모자라게 느껴졌다. 그만큼 작가 자신의 마음을 시어로 잘 내어놓은 글이었다.


담도암. 사실 여러 가지 암을 들어봤다. 하지만 담도암은 그때 처음 알게 됐다. 그런데도 정확히 어떤 암인지도 모르고 있다. 간암, 위암 등이야 어떤 증상을 보이는지 하도 많이 들어왔다. 병도 흔한 게 쉬운 병이다. 그만큼 사례가 많아 의사들도 경험이 풍부하니 다양한 시술, 수술이 많은 것이다.


몇 번 통화할 때만 해도 '조만간 만납시다.'라고 말씀을 전했다. 시인도 그러자는 의견을 이야기했다. 그러다가 곰솔문학회 단톡방에 예후가 좋지않은 소식을 전해왔다. 선배님들 한두 분씩 후원금을 내놓았다. 그렇게 조현근 시인 시집 발간을 위해 곰솔문학회가 뜻을 모아갔다.


그런데 남선희 사무국장님과 동기들은 더욱 이른 때부터 시인의 꿈인 시집을 쥐여주고자 쉼 없이 노력을 기울였다. 그래서 시를 모아 아직 정신을 놓지 않은 때에 '가편집'된 시집을 시인에게 아들 편으로 보였다. 시집을 본 작가 한마디 '아, 좋다.'라고 전해왔다.


사실 그이는 수술 이후, 그나마 몸이 괜찮을 때 동기인 최석균 시인을 찾았다. 근무하는 학교 운동장 긴 의자에 나란히 앉은 사진을 올렸었다. 그때 사진으로 보인 느낌은 관리만 잘해가면 좋아지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담도암, 아니 암을 잘 모르는 일반인의 단순한 생각이었다.


시집 이름이 '더 아픈 사람아'이다. 시인은 아픈 자신보다 더 힘들고 아픈 이는 자신을 돌보는 아내라는 시를 남겼다.


더 아픈 사람아

<조현근>


여섯 시간을

긴 잠에서 깨어난 후

나는 살아 있었다


내가 편히 잠들어 있던 그 시간

가슴조리며

싸늘한 병원 복도에서

대신 아파했던 사람아


다시 살아난 나보다도

더 기뻐서 활짝 웃던 사람아

똥오줌 받아내며

더럽다 냄새난다 한번 하지 않고

짜증받이가 되고

대신 아파하고

몸종이 되어준 사람아


고맙고 또 고맙고

미안하고 또 미안하고

살아서 가슴 아린 내 사람아

<전문>


시로 토해낸 낱말은 시인이 온몸으로 고통을 감내하며, 맑은 정신을 갖고자 하는 절절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 한가운데 아내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이 담겨졌다. 그 어떤 시인의 시어보다 절절한 아픔을 안고 있다. 그이는 곰솔 시집에 자신의 시를 덧붙인 문집 '곰솔'을 지인들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조현근 시인은 자신의 시를 곰솔 문집에 끼워 넣고 지인들에게 전하며 '뻐꾸기 등단'을 하는 마음을 털어놓았단다. 시인의 몸 상태가 위중해지며 고교 동기들이 급하게 시집 발간을 준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토록 가지고 싶은 것이 바로 자기 시집이라는 사실을 지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제 고인이 된 시인은 그토록 이루고 싶었던 시인 등단을 이뤘었고, 뒤이어 시집까지 출간하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그이의 시집에 작가 말을 여기에 옮겨 놓는다.


"저는 시인이 아닙니다

직장인으로

바쁘게 살다가

어느 날 암 환자가 되었고

지독한 항암 부작용으로 시인 행세를 하는

사람입니다 "고 밝히고 있다.

여기 이어서 전문으로 남기면서 글을 마친다.


선배님!

못다한 문향은 하늘에서 마음껏 피우기를 기원합니다.


"그래서 제 시는

시가 아니라  일기입니다


제 글을 읽을 때는

그랬었구나...

이런 마음으로 읽어주시기를 바랍니다


시평을 써주신 권대근 교수님

친구 최석균과 동기들

삽화를 그려주신

故 정이윤의 아내 수채화가 김정숙님께

감사드립니다 "

<전문>


❤ 시집 '더 아픈 사람아'은 초판 인쇄 400부를 찍었습니다.

시집 구성은 3부로 되어습니다.

1부. 빨래집게 (19편)

2부. 몸의 기억법 (20편)

3부. 휴게소 (19편)


발행일. 2021년 07월 30일

지은이. 조현근

발행인. 정숙이

펴낸곳. 도서출판 에세이문예

ISBN. 979-11-968246-5-5


* 이 시집은 국립부산기계공고 13회 졸업생들의

아름다운 기부로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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