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4354 신축년 09월 27일(월)

하늘이 어둑하다. 어두운 구름이 하늘을 가렸다. 비가 올 수도 있겠다. 이미 가을 한복판에 서 있다. 시간은 어김없이 계절을 알려준다. 유독 하늘 보기가 어렵다.

 

여전히 숲길은 조용하다. 바람도 차분하다. 예전 금정산 북문에서 부산산악연맹 최대 축제인 '금정제'를 했었다. 그 시작이 1970년이다. 이미 반세기를 훌쩍 넘긴 시간이 지났다. 그때만 해도 북문을 지나면 습지가 있었다. 그 습지는 이미 굳은 땅이 된지도 제법 되었다. 금정제를 치뤘던 장소도 많이 바꿨다. 북문 습지에서 부산외대 운동장으로 지금은 산성마을 다목적 광장에서 치른다.

 

그것도 지난해부터 열지 못했다. 코로나19 상황이 모임, 행사를 비롯한 모든 걸 막고 있다. 적당한 기온에 맑은 하늘이 마음을 설레는 때이다. 그러나 현실에는 전혀 설레는 마음이 없다. 가을도 마음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미 일교차 10도가 넘고 있다. 일교차가 크면 가을 시간은 급속도로 짧아진다. 곧 겨울이라고 느껴질 현상이 나온다. 10월 초순은 상강, 하순에 한로가 있다.

 

계절을 알리는 전조가 곳곳에 드리워진다. 그렇게 가을 시간은 흐지부지 지나쳐 우리들 곁에서 멀어질 것이다. 구름이 하늘을 가려서 아침 기온이 이미 10도대로 내려섰다. 또한, 밤에 창문을 열고 자면 찬바람이 몸을 떨게 한다. 그만큼 기온은 이미 더위를 떠나보냈다. 머리 위의 구름을 보니 오늘 비가 올 수도 있겠다. 이런 날씨는 대체적으로 우산을 챙기지 않고 집을 나서는 게 보통이다.

 

바람은 시원함을 너머 차갑게 느끼고 있다. 거기에 비까지 내린다. 그것도 우산을 받치지도 않고 말이다. 여름에 맞는 비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게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게 가을도 가운데서 가장자리로 지나고 있다. 이번 가을도 특별한 이유 없는 조용히 보내게 될 것이다. 코로나19 하루 감염자가 3천 명을 넘겼다. 방역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요구한다. 그러나 일상으로 가야 한다.

 

왜냐하면 자영업, 소상공인 비율이 엄청 많다. 우리나라 현실을 똑바로 봐야 한다. 이것이 현실적인 아킬레스 건이다. 정부에서 자영업, 소상공인에게 1억 ~ 3억씩 줄 수가 없다. 기껏해야 몇 백만 원이다. 이것으로 견딜 수가 없다. 가계대출이 더 늘어난 근본적인 이유다. 이것을 시장에서 이해하지 않는 공무원들의 탁상공론이 어찌 대책을 찾겠는가! 벌써 자영업, 소상공인은 빚더미에 묻혔다.

 

자연의 시간, 가을은 너무나도 좋다. 인간의 시간, 사회적 거리두기가 자연의 시간 조차 없애버렸다. 힘겨운 시간이 되면 부익부 빈익빈이 더욱 두드러진다. 현실을 보면 자연스레 마주한다. 자연의 시간은 소리 없이 제 길을 간다. 하지만 인간의 시간은 사실상 멈춰있다. 이것을 느끼는 부류와 그렇지 않은 부류로 나뉜다. 이것을 흔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볼 수가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부(富)의 치우침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환경이 어려운 시간이 되면 늘 가진 자의 부는 커진다. 그와 반대로 서민들은 빚만 늘게 되었다. 지금까지 인간 사회가 보여준 현실이다. 왜냐하며 따지는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근본적으로 말만 시늉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 시늉으로 쑥 들이대고는 곧 잊어버리고 마는 것이 어쭙잖은 관심이다.

 

우리 사회가 불공정하고, 부의 치우침이 극대화된 가장 큰 밑바닥에 똬리를 튼 개념이 바로 어쭙잖은 관심이다. 이것으로 순간적 시간을 모면하고 넘는다. 이후,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상태를 보인다. 정말 어려운 순간에도 결국 어려운 사람 그들끼리 십시일반으로 한순간을 넘긴다. 부를 가진 이들이 행하는 것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어렵잖게 알 수가 있는 사실이다.

 

당연히 부를 가진 이들 중에도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이도 가끔 있다. 하지만 대다수 부를 가진 이들 중에서 선한 영향력을 이용하는 이들이 훨씬 많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그런 토대를 만들었다. 그 출발점에 반민족 행위자 처벌을 하지 못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똬리를 틀고 있다. 운조루의 타인 능해나 경주 최부자 댁의 가풍 등이 우리 조상의 본질을 말해준다.

 

... 여유로운 시간의 단상. 南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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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世論書筆] '기울어진 운동장을 똑바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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