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2(월)
 

4354신축년 09월 28일(화) 하늘이 어제보다 어둑하다. 차 위에 물방울이 맺혀있다. 새벽에 비가 내렸나 보다. 내일도 비가 예보되었다. 가을비가 내릴 모양이다. 일교차가 더욱 벌어지겠다.

 

바람이 조용하다. 곧 비가 내릴 모양이다. 길섶에 대나무 숲이 흔들리지 않고 있다. 고요한 적막이 흐르는 듯하다. 도로는 차량의 움직임으로 스치고 있다. 하고 많은 때 아름다운 가을을 걷고 있다. 아직은 짙은 초록색이다. 비가 오고 일교차가 큰 날씨를 보일 게다. 그러고는 서서히 색은 바뀌어 간다. 가을의 귀한 손님, 단풍은 그렇게 우리에게 선물로 다가올 것이다.

 

봄 여름의 시간을 보냈다. 비바람과 뜨거움을 이겨내었다. 그렇게 달궈진 시간을 만들었다. 어느덧 가을이 되었다. 비가 내려서 기온도 떨군다. 햇볕은 더욱 강해 나뭇잎을 달군다. 초록빛 잎사귀가 서서히 총천연색으로 바뀌어 간다. 하나둘씩 여러 가지 빛깔을 띠게 된다. 빨강 노랑 분홍 주황빛으로 숲 속이 단장을 할 게다. 마치 나무가 열매를 익혀내는 시간처럼 나무는 잎사귀도 색깔로 꾸민다.

 

가을은 시간 여행을 하는 한 과정이다. 삶에서 스치는 시간도 매한가지다. 계절은 차례차례 스치듯 지나가고 있다. 봄 여름을 지나며 키워낸 열매를 선물한다. 잠시 찬란한 빛깔도 선물을 해준다. 나무가 세상으로 내놓는 예술이다. 열매는 먹거리, 잎사귀는 눈거리로 나무는 가을과 합작해서 주고 있다.

 

오늘내일 비가 내리면 가을의 시간을 재촉할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레 가을은 짧아진다. 찬란한 시간은 길지 않다. 심심해야 질기게 시간을 보낸다.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모난 돌이 정에 맞고 깨지듯이 말이다. 찬란한 만큼이나 열정적인 때를 보내고 이내 떠나보낸다. 삶도 청춘의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고 한다. 그리고 맞은 때, 되돌아보니 지나온 젊은 시절이 무척이나 짧게 지나간다고 여긴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나서 지나간 시간은 짧게 느낀다. 그때 보낸 상황을 이제야 되새기며 아쉬움과 빠르게 스쳐간 시간을 애달파하고 있다. 아마도 인생의 가장 흔한 모습으로 느껴진다. 쉼 없이 달려온 시간이 아무것도 남겨진 것이 없는 허탈한 기운으로 느껴진다. 치열한 삶의 시간 뒤로 찾아든 때를 마주한다. 마치 그냥 시간, 세월 만을 흘려보낸 것처럼. 아쉬움 만을 남긴다.

 

아마도 가을비가 주는 감상에 접어드는 시간이다. 가을이 짙어가면 앞으로 맞을 시간은 더욱 절실하다. 지나간 시간은 추억으로 남겨진다. 앞날 또한 아직 마주할 수도 있을 시간이다. 그러나 지금 딛고 선 현실은 늘 칼날 위에 서있는 위태로운 때이다. 지나간 추억보다, 다가올 불확실성도 냉정한 현실의 무게보다 떨어진다. 가장 절실하고 위대한 시간은 바로 지금이다.

 

어둑한 기운이 여전히 아침을 덮고 있다. 어제저녁부터 바뀌기 시작한 하늘색이 아침에는 완전히 회색빛으로 변했다. 마치 가을비를 내리는 의식을 준비하는 듯. 그렇게 아침 기운을 무겁게 가득 채웠다. 지금 비가 다시 내려도 하등 이상할 것 없는 분위기다. 싱그러운 느낌은 더불어 강하게 다가온다. 어쩌면 회색빛 기운과 싱그러움은 전혀 다른 느낌이라고 할 수 있으나, 역설적이게도 어울린다.

 

... 여유로운 시간의 단상. 南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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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世論書筆] '가을의 시간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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