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본질은 대화와 협상이며,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에 있다. 그러나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은 이러한 정치의 기본 원칙을 무너뜨리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 대표는 19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를 향해 "직무유기 현행범"이라고 규정하며 "이 순간부터 누구나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으니 몸 조심하라"고 발언했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비판을 넘어, 사실상 물리적 행동을 조장하는 위험한 선동으로 읽힐 수 있는 내용이다.
위험한 정치적 선동, 어디까지 갈 것인가
이 대표의 발언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미루고 있는 최 권한대행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표현 방식이 너무도 과격했다. 국정 운영에 대한 비판과 견제는 야당 대표로서 당연한 역할이지만, 특정인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라"는 식의 선동적 언사는 극히 부적절하다. 실제로 현장에 있던 민주당 지지자들은 "최상목이 눈에 보이면 체포하고 신고하자!"며 반응했다.
이러한 흐름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용인될 수 없다. 정치 지도자의 말 한마디가 가져올 파장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발언이며, 자칫하면 폭력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국가 지도급 인사가 상대 정파 인사에게 ‘몸조심하라’는 협박성 발언을 한다면, 이는 민주주의적 토론이 아니라 폭력적 정치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야당 대표의 품격과 책임
공당의 대표는 대중을 선동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이 대표의 이번 발언은 오히려 감정을 극대화시키고 갈등을 부추기는 방식이었다.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이를 두고 "시정잡배나 할 법한 겁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한동훈 전 장관 역시 "깡패들이 쓰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표는 그동안 여러 차례 탄핵과 특검을 추진하며 강경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단순한 강경 노선을 넘어 정치적 도를 넘은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판과 반대가 정당성을 가지려면 품격과 논리, 그리고 법적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저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인상을 줄 뿐이다.
이성을 되찾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민주주의는 상대를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재명 대표가 자신과 반대되는 입장에 있는 최상목 권한대행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이를 "현행범 체포" 운운하며 협박하는 것은 민주적 방식이 아니다. 정치 지도자로서 최소한의 책임감과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이 대표는 이번 발언을 즉각 철회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감정을 앞세운 막말 정치가 아니라,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는 합리적 정치를 펼칠 때 비로소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강경 발언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일지 모르지만, 이런 행태는 오히려 중도층의 반감을 사고 민주당 전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뿐이다.
이성을 잃은 정치가 국가를 어디로 이끌 수 있는지, 우리는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경험했다. 이제는 분열과 갈등이 아닌, 책임 있고 성숙한 정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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