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장 네 차례 반려·기각…사법부가 직격한 경찰의 '표적 수사'
윤석열 대통령 체포 작전 방해 혐의로 대통령경호처 고위 간부들을 겨냥한 경찰 수사에 사법부가 사실상 ‘불신임’을 선언했다. 21일, 서울서부지법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혐의 다툼의 여지가 크고,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명확히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핵심은 구속 여부를 떠나, 경찰이 얼마나 무리하고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수사를 밀어붙였는가에 있다. 경찰은 두 사람에 대해 총 다섯 차례에 걸쳐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며 이를 반복 반려했다. 급기야 경찰은 검찰 외부 기구인 서울고검 영장심의위원회를 거쳐 ‘적정성’ 판단을 받는 우회로까지 동원했다.
이처럼 전례 없이 집요하게 구속을 밀어붙인 경찰 수사는 ‘공정한 법 집행’이란 본래의 책무보다, 정치적 목적이 앞섰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특히 탄핵 국면이라는 민감한 정세 속에서 대통령실을 정면으로 겨냥한 수사라는 점은, 수사기관의 중립성에 대한 의심을 더욱 짙게 만든다.
경찰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이미 ‘수사권 남용’이라는 비판은 거세다. 구속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표적 지정’하듯 반복된 구속 시도는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위협으로 읽힐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무리한 수사가 향후 경찰 수사권 자체에 대한 신뢰를 크게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독립적 수사 주체로서의 지위를 확보했지만, 이번처럼 정치적 해석을 피할 수 없는 사건에서 성급하고 과잉된 행동을 보인다면 수사권 독립은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다.
대통령실 법률대리인단은 “이번 영장 기각은 공수처·국수본의 위법 수사에 법원이 다시 한 번 경고를 보낸 것”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경호처 역시 “정당한 직무 수행이었을 뿐”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이제 경찰은 자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수사가 정권과 무관하다는 외면적 언명만으로는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수사의 본질적 정당성을 되짚고, 정치의 바람에 휘둘리지 않는 원칙적 자세를 회복하는 일이다.
무리한 영장 청구, 외부 기구 동원, 법원 기각… 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 경찰은 스스로 권위의 기반을 흔들었다. 정의를 수사한다는 명분이, 때로는 정의의 탈을 쓴 폭주가 될 수 있다는 경고를 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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