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YU 연구진, 가정용품 속 프탈레이트(DEHP) 위험성 경고… 아시아·중동 지역 직격탄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플라스틱 용기와 생활용품에 포함된 화학물질이 수십만 명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4월 말, 미국 뉴욕대학교 그로스만 의과대학 연구진은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첨가되는 ‘디-2-에틸헥실 프탈레이트(DEHP)’가 2018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약 35만 6천 명의 심장 질환 사망과 관련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는 프탈레이트 중에서도 특히 DEHP에 주목해 2008년에 수집된 소변 샘플과 2018년 심혈관 질환 사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그 결과, 55세에서 64세 사이의 성인 중 13.5%가 DEHP 노출로 인한 심장 질환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전 세계적으로는 이 화학물질로 인해 약 1,047만 년의 건강수명이 손실된 것으로 추정된다.
플라스틱의 유연함, 인체에는 독이 된다
프탈레이트는 식품 포장재, 화장품, 장난감, 칫솔, 청소용품 등에 널리 사용되는 화학 첨가물이다. 클링랩이나 부드러운 비닐류 제품에서 냄새를 잡거나 형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화학물질은 플라스틱에서 빠져나와 공기나 먼지로 퍼지며 사람에게 노출된다.
환경단체 ‘Toxic-Free Future’에 따르면, 프탈레이트는 사용된 플라스틱과 화학적으로 결합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실내 공기와 먼지로 쉽게 확산되며, 피부 접촉이나 음식 섭취를 통해 인체로 흡수된다.
호르몬 교란과 염증 유발… 사망률 높이는 '영원한 화학물질'
NYU 연구의 책임저자인 레오나르도 트라산데 박사는 “프탈레이트는 관상동맥 염증과 전신 염증을 유발하며, 이는 기존 질환을 악화시키고 심장마비나 사망과 같은 급성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프탈레이트는 테스토스테론을 방해하는데, 이는 성인 심혈관 질환의 주요 예측 인자”라고 덧붙였다.
특히 프탈레이트에 의한 건강 피해는 지역별로 불균형하게 나타났다. 남아시아와 중동 지역은 총 14만 8,5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었고, 동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은 11만 2,000명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과 유럽에서는 각각 10%와 8% 수준의 영향으로 다소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미 밝혀진 건강 피해… 생식·발달에도 영향
이번 연구는 프탈레이트의 유해성을 밝힌 첫 사례가 아니다. 2022년 발표된 리뷰 논문에서는 프탈레이트가 정자 수 감소, 소아 천식, ADHD, 자궁내막증, 유방암, 자궁암, 제2형 당뇨병 등 다양한 질환과 연관이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했다. 또한 소년의 항문-생식기 거리 단축이라는 발달 이상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021년의 또 다른 연구 역시 프탈레이트의 만성 노출이 생식 기능, 임신 성공률, 성장 및 발달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개인의 실천도 중요… 전자레인지용 플라스틱 피하고, 유리 용기 사용 권장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규제와 함께 개인 실천이 프탈레이트 노출을 줄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플라스틱 용기를 전자레인지에 사용하지 않고, 유리나 스테인리스 스틸 용기로 대체하며,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이 권장된다.
트라산데 박사는 “프탈레이트로 인한 심장 질환은 특정 지역에서 특히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며 “보건 당국은 화학물질 규제 강화와 함께 대중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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