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3(금)
 

스카이데일리의 2023년 5월 18일자 1면에 「가짜 판치는 5·18 유공자…‘진실’을 묻다」와 관련, 5·18민주화운동 유공자로 등록된 4346명 중 상당수가 5·18과는 무관하다는 것입니다. 문화예술계에도 ‘가짜’로 추정되는 유공자가 160명이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스카이데일리는 최근 ‘5·18민주화운동 유공자’ 1·2차 명단을 단독 입수해 가짜 유공자로 추정되는 분야별 인사들을 공개해왔습니다. 분석 결과 일부는 5·18과 상관없는 활동을 했거나 공적 또는 피해 당한 사실조차 아예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에 본지는 문화예술계 인사 중 5·18과 전혀 상관이 없는 가짜 유공자로 추정되는 인사들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차후에는 정치계 가짜 유공자 인사들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다만 2020년과 2021년 대법원에서 공인을 제외한 일반 유공자들에 대한 명단 비공개는 정당하다는 원심을 확정함에 따라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실명이나 소속, 공적·피해 내역 등은 신중하게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5·18 유공자 명단을 분석한 결과 전체 유공자 중 문화예술계 인사는 총179명으로 정치계(310명)와 언론계(181명)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유공자로 등록된 문화예술계 인사 179명 중 19명은 5·18 당시 계엄군에 대항해 시민군으로 활동했거나 계엄군에게 신체적 피해를 본 사람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들 중 2명은 총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10명은 계엄군한테 폭행을 당해 중상 또는 경상을 입은 사람입니다. 이와 함께 5명은 계엄군에 맞서 시민군으로 활동을 했으며 나머지 2명은 5·18 당시 군사법원에 회부돼 재판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연극배우인 박○상 씨는 5·18 당시 유인물을 만들어 광주지역 시내 일원에 배포하고 5월21일에는 총을 들고 자체 방위를 섰다가 계엄군에 체포됐습니다. 박○선 씨는 당시 유인물 제조반에서 활동했으며 시민군으로도 활동한 공로를 인정받아 유공자로 선정됐습니다. 윤○귀 씨는 1980년 5월 22일 당시 광주지역 고등학교 재학 중 시내 거리를 걷다가 총상을 입었습니다. 소설가 서○석 씨와 화가인 양○모 씨, 서예가인 송○수 씨 등은 계엄군에게 폭행당해 유공자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유공자로 등재된 160명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5·18과 연관된 공적이나 피해 사실이 전혀 없었습니다. 또 일부는 5·18이 아닌 학생운동이나 노동운동을 한 경우로 파악됐습니다. 


가짜로 추정되는 이들을 직업별로 보면 소설가나 수필가 등 작가가 32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문화예술 관련 단체 소속인 경우가26명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또 화가·서예가가 23명이었으며, 시인이 21명, 영화감독 등 영화계 인사도 20명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밖에도 가수와 작사·작곡가 12명, 사진작가 11명, 연극배우 및 연출가 10명, 공예·조각가가 5명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널리 알려진 시인 고○태 씨는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나기 2년 전인 1978년 6월 강원도 원주시 고속버스 안에서 동료 문인과 함께 ‘박정희 물러가라’는 내용의 개사가를 부른 혐의로 같은 해 9월 경범죄로 구류 10일 처분을 받아 ‘민주화명예’로 5·18유공자가 됐습니다. 


시인인 김○환 씨는 광주민주화운동 6년 뒤인 1986년 군부독재 타도와 민주 정부 수립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유인물을 낭독해 5·18 유공자가 됐습니다. 


유명 영화감독인 여○동 씨는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나기 3년 전인 1977년 서울지역 대학교 ‘민주구국투쟁 선언문 사건’으로‘민주화명예 유공자’가 됐습니다. 수필가이자 중학교 교사이던 조○자씨는 전교조 활동을 하다 1990년 해직돼 ‘민주화 명예’로 유공자가 됐습니다.


‘민주화 명예’는 5·18과는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지만 대한민국 민주화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5·18유공자로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5·18단체의 한 관계자는 “5·18 당시 민주화운동에 참여했거나 피해를 본 사람들만 유공자로 엄선해야 하지만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인사가 다른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5·18 유공자가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5·18민주화운동은 물론 학생운동이나 노동운동도 하지 않고 어처구니없는 이력으로 유공자로 등록된 경우도 있습니다. 이○구 씨는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순회 사진전에 사진을 출품한 이력으로 유공자가 됐습니다. 또 최○희 씨는 5·18 관련 영화평론을 했다는 이유로 민주화명예 유공자가 됐습니다. 


민주화명예를 통해 5·18유공자로 등록된 인사를 제외하면 나머지 대부분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성명과 소속만 있을 뿐 공적이나 피해 내역이 전혀 없었습니다. 


이들 중에는 국립 예술단체 이사장·지역문화원장·지역미술가협회 회장·시인이자 국내 일간지 논설위원·지역 문인협회장·공연 및 전시시설 전 사장·예술가 단체회장 등 대한민국 문화·예술계를 이끌어 온 인사들도 대거 포함돼 있었습니다.


5·18관련 단체들은 이들이 ‘인우보증’ 방식을 통해 유공자로 편입됐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우보증은 기존 5·18 유공자가 보증만 해 주면 누구나 별다른 증거가 없어도 유공자가 될 수 있는 제도로 가짜 5·18 유공자가 넘쳐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이와 관련, 김대중 전 대통령 핵심 측근이던 김경재 전 한국자유총연맹 총재는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명예도 있고 그에 대한 보상도 따르다 보니 5·18과는 상관없는 사람들이 적당한 기회만 되면 끼어들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이라며 “가짜 유공자들을 깨끗하게 정리하지 않으면 광주의 정신은 절대로 빛이 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전 총재는 또 “윤석열 대통령이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겠다고 했는데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할 일은 헌법 전문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가짜 유공자 척결을 통해 5·18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강석종 칼럼니스트 기자 newswalk@naver.com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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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크]7월12일(수)“문화∙예술계의 약 85%가 ‘가짜’ 5∙18 유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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