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2-27(화)
 

지난 10월 25일 ‘꼬레헨티나’라는 말을 아십니까?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했는데, 서울에서 말뚝을 박으면 그 반대편으로 나오는 곳이 바로 아르헨티나(Argenti na)입니다. 아르헨티나는 19세기만 해도 농업 부국 가운데 한 곳이었으며, 20세기 초만 해도 경제 선진국으로써 세계 5대 부국이었습니다. 지하철이 1913년에 개통되었으며, 우리나라보다 61년전입니다. 


1930년 군부 쿠데타 이후 50년 이상 군부 독재 하에서 계속 쇠약하다가 1980년대 초 민주주의로 전환을 했지만 아직도 경제적 퇴보와 혼란은 계속되었습니다.


1960년대는 후안 페론 전 대통령의 포퓰리즘 정책의 후유증으로 아르헨티나 경제가 개판이던 시절인지라 결국 군부쿠데타가 일어나 1983년 라울 알폰신 집권 전까지 20년간 군사 독재가 실시되었습니다. 


만화 영화 ⌜엄마 찾아 삼만리⌟를 잘 아시죠? 주인공 이탈리아 소년이 아르헨티나에 가정부로 간 엄마를 찾아 나선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5년부터 이민을 갔는데, 6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잘 살았습니다. 페론 전 대통령은 가난한 이민 노동자를 위해서도 무료로 연립주택을 나누어 줄 정도였습니다. 6살짜리 어린아이에게도 주치의가 배당될 정도였으며, 국적과 체류 신분을 떠나 모두에게 대학까지 무상교육입니다. 


아르헨티나의 역사는 디폴트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816년 독립한 이후 지금까지 디폴트 선언만 8차례를 기록했으며, 국가 부도(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를 여러 번 겪었습니다. 결국 2020년 8월에 9번째의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로 연명하고 있는 세계의 골칫덩이 나라입니다. 


올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36년만에 우승을 했는데, 메시가 오랜 월드컵 무관의 설움을 떨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에 전 세계 축구팬들은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월드컵 우승이 파탄 난 아르헨티나 경제를 되살리지는 못하겠지만, 상처 입은 아르헨티나 국민의 자존심과 희망을 되살리는 데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입니다. 군사독재가 종식되고 3년 뒤인 1986년 거둔 월드컵 우승이 아르헨티나 민주주의 정착에 도움이 된 것처럼 말입니다. 


최근 아르헨티나를 짓누르고 있는 경제적 고통은 만성적 재정 적자에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치면서 아르헨티나 경제는 한마디로 파탄 상태입니다. 물가 상승률이 세 자릿수에 육박하면서 화폐는 휴지 조각이 됐고, 국민 40%가 빈곤층으로 전락했습니다. 지하자원이 넘쳐나고, 소고기와 콩을 수출하는 나라이지만 국민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휴지통을 뒤지고 다니는 비극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중도 좌파 정부가 재정 적자를 메꾸려고 돈을 마구 찍어낸 결과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중앙은행이 기준 금리를 75%까지 올리고 정부가 생필품 가격을 통제하고, 소고기 수출을 금지하며, 에너지 보조금을 지급하고, 매달 최저임금을 인상하며, 복수 환율제 등 무리한 정책을 남발하고 있지만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22일(현지 시간) 집권 페로니스트(대중영합주의자) 연합의 후보로 나선 세르히오 마사 경제장관이 비선거에서 3위에 그치며 체면을 구겼으나, 아르헨티나의 대선 본선에서 나선 마사가 예상 밖의 1위를 차지한 것은 현지에서도 이변으로 평가됩니다. 마사가 예상을 깨고 1위에 오른 것은 선거 막판 ‘돈 풀기’ 등 포퓰리즘 정책을 했기 때문입니다. 

‘꼬레헨티나’라는 말은 꼬레아와 아르헨티나를 합친 단어입니다. 우리나라도 사회주의를 하게 되면 결국 포퓰리즘 정책으로 아르헨티나 같은 나라가 된다는 뜻입니다. 


‘사회주의를 하자’는 사람들 정신 차리시기 바랍니다. 먼저 자신의 재산을 이웃들에게 공평하게 나누어 주는 일부터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자기가 가진 것은 사회주의를 하지 않으면서 나라 돈은 ‘사회주의 하자’고 포퓰리즘으로 막 퍼주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그런데 지난 11월 19일 경제난과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신음하는 아르헨티나가 극단적 공약으로 무명의 극우파 시장경제주의자인 ‘아르헨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53)를 신임 대통령으로 선택했습니다. 후보 시절 “대규모 정부 지출을 삭감하겠다”면서 전기톱을 들고 유세에 나섰습니다.


9일(현지 시간)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자유전진당의 밀레이 후보가 약 56%의 득표율로 집권당인 국민통합당의 세르히오 마사(51)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습니다. ‘좌파 포퓰리즘’ 정부가 정책 실패로 4년만에 다시 정권을 내준 것입니다. 


밀레이 당선인은 지난 달 대통령 본선 투표에서 29.99%로 마사후보(36.78%)에 밀려 2위에 그쳤지만, 이날 맞대결에서 역전에 성공했습니다. 밀레이 당선인은다음 달인 12월 10일 정식으로 대통령에 취임할 예정입니다. 


밀레이 후보는 당선 소감을 통해 “점진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며 급진적인 변화만이 있을 뿐”이라며 대대적인 정책 수정을 예고했습니다. 그는 “밀레이 정부는 약속을 엄격히 준수하고 사유재산을 존중하며, 우리나라를 쇠퇴하게 만든 모델은 이제 끝났고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밀레이 당선인은 또 “아르헨티나를 다시 강대국으로 만들기 위한 변화에 동참하고 싶은 사람들은 출신을 막론하고 환영할 것”이라며 “기존 아르헨티나는 끝났으며, 새로운 아르헨티나는 모든 국가와 협혁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말레이 당선인은 2021년부터 아르헨티나 하원의원으로 활동해왔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중앙정치와는 거리가 먼 무명에 가까웠습니다. 그런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 배경에는 아르헨티나를 좌우했던 좌파 포퓰리즘 정권(페론주의)과 중도우파 정권(마크리스모)에 대한 심판론이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습니다. 


특히 최대 140%까지 치솟은 인플레이션으로 경제가 초토화된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올해 평균 118.6%인 아르헨티나 인플레이션은 내년에도 120%에 달할 전망입니다. 

아르헨티나는 국제통화기금(IMF)에 430억 달러의 빚까지 지고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아르헨티나는 220억 달러와 이자까지 내년 상환해야 할 형편으로, 경제안정과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가 절실하다”며 “아르헨티나는 IMF로 돈을 빌리면서 약속한 경제정책을 하나도 지키지도 않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밀레이 당선인은 다소 공격적인 공약으로 아르헨티나 부흥에 나서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는 기존 화폐인 페소화를 미국 달러로 전환하며, 화폐와 물가관리를 책임지는 중앙은행도 ‘폐쇄’ 수준으로 역할을 축소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습니다. 중앙은행이 계속 화폐를 찍어내면서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고 본 것입니다. 당선인은 중앙은행을 “정직한 아르헨티나인들로부터 물건을 훔치는 매커니즘”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또 “달러화만이 인플레이션을 종식시킬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밀레이 당선인은 지난 9월 “에밀리오 오캄포 교수를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할 것”이라며 “그는 중앙은행 폐쇄임무를 맡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오캄포 교수는 당선인의 책사 중 한 명으로 법정화폐로 미국 달러를 쓰는 에콰도르를 벤치마킹하자는 책 ‘달러화:아르헨티나를 위한 해결책’의 공동저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아르헨티나에서 미국 달러당 페소화는 공식적으로 1달에서 350페소 수준이지만, 암시장에서는 1달러당 900페소로 심각한 가격 왜곡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정부 지출도 파격적으로 삭감하기 위해 기존 18개인 정부부처를 8개로 구조조정할 방침입니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1980년대 좌파정부가 들어선 이후 공공부분 지출규모가 2배이상 늘었고, 경제 전반에 걸쳐 보조금이 횡행하면서 정부의 고비용구조가 문제가 돼 왔습니다. 


국민들의 총기 소유 규제를 완화하고 장기매매를 합법화하겠다는 발언도 있었습니다. 또 후보 시절 그는 최대 무역상대국인 중국을 향해 “공산주의 국가와의 거래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친중국 정책을 폐기하고 브릭스(BRICS) 경제협력체 가입안을 철회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으며, 미국과 외교를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FT와 인터뷰한 페르난도 마룰 FMYA 경제 컨설턴트는 “밀레이의 정책에는 많은 의문부호가 있지만 국채, 주식시장에 있어 긍정적일 수 있다”며 “아르헨티나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종지부를 찍었기 때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오늘부터 아르헨티나 재건이 시작됩니다. 19세기 자유경제로 부유한 나라였던 아르헨티나의 잃어버린 번영을 되찾겠습니다” 

강석종 뉴스워크 칼럼니스트 기자 newswalk@naver.com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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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포퓰리즘으로 폭망한 아르헨티나의 선택은 우파 대통령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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