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3(금)
 

부산의 44번 버스는 일신여객에서 해운대에서 당감동까지 운행합니다. 1982년 개통된 이후 2023년 현재까지 41년동안 노선변경없이 운행 중입니다.


‘버스 44’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습니다. 중국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2001년에 제작된 홍콩의 영화로 데이얀 엉 감독의 단편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부산 국제 영화제에 초청되어 알려졌다가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주목을 받은 작품으로, 칸 영화제와 베니스 영화제를 비롯한 여러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중국의 한 시골길을 버스가 달리고 있습니다. 길가에서 차를 기다리던 청년이 손을 흔들어 버스를 세웠습니다.


2시간이나 기다렸다는 말에 젊은 여자 운전수는 싹싹하고 친절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 뒤 한참을 달리던 버스는 승객을 가장한 2인조 강도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두 강도는 승객들의 금품을 모두 빼앗고 아무 것도 내놓으려 하지 않는 승객들을 때리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운전사를 흝어 보고는 강제로 끌어 내렸습니다.


승객들은 모두 모른 척 하고 있었는데, 청년 혼자 강도들을 막아 보려 했지만 두 사람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2인조 강도를 말리다가 심하게 얻어 맞았습니다. 


급기야 양아치들이 버스를 세우고, 여성 기사를 숲으로 끌고 가서 성폭행을 했습니다. 한참 후 돌아 온 여성기사는 아까 양아치를 제지했던 청년에게 다짜고짜 “내리라”고 하였습니다.

청년은 황당해 하면서 “나는 아까 도와 주려고 하지 않았느냐?”고 하니까, 기사가 소리를 지르면서 “당신이 내릴 때까지 출발 안 한다.”고 단호히 말합니다. 


청년이 안 내리고 버티고 있으니까 승객들이 그를 강제로 끌어 내리고 그의 짐도 던져 버렸습니다. 그후 버스가 출발했는데, 기사는 커브 길에서 속도를 가속해서 그대로 낭떠러지로 추락하였습니다. 강제로 하차 당한 청년은 아픈 몸을 이끌고 산길을 터벅터벅 걸어가다가 사고 현장을 목격하였습니다. 


교통을 통제하는 경찰관이 말하기를 ‘버스가 낭떠러지에 떨어져 승객이 모두 사망한 사고’라고 합니다. 청년이 멀리 낭떠러지를 바라보니 조금 전에 자신이 타고 왔던 그 44번 버스였습니다. 


그 여성 운전기사는 오직 살만한 가치가 있었던, 유일하게 양아치들의 소행을 제지했던 그 청년을 일부러 버스에서 내리게 하고, 모른 척 외면했던 승객들을 모두 죽음(지옥)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여자 운전사는 자신의 치욕과 그것을 바라만 보고 있었던 승객들에게 자신의 목숨을 던져 복수하는 모습입니다. 다시 말해서 사회의 불의나 부정을 보고도 자신의 안위를 위해 입을 다물고 몸을 사리는 현실에 대하여 ‘공멸’이라는 가르침을 주고자 한 작품인 것 같습니다.


독일의 히틀러의 광기에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 1906~194) 목사는 “만일 어떤 미친 운전자가 사람들이 다니는 인도 위로 차를 몰아 질주한다면 목사로서 내 임무는 희생자들의 장례나 치러 주고 가족들을 위로하는 일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 자동차에 올라 타서 그 미친 운전자로부터 핸들을 빼앗아야 할 것이다”라고 한 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즉 절대로 뽑아서는 안 되는 사람을 뽑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부연하면 “만일 국민의 아픔에 같이 하지 않고 그저 마치 자기 일만을 하는 듯, 운전 이외에 손님이나 버스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방관자 내지는 일어나는 끔찍한 범죄를 그저 있던 일인 것처럼 두고 본는 운전사가 있다면 나는 그 운전자의 핸들을 빼앗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우리는 바라 보고 바로 택하여 운전대를 맡겨야 할 것입니다.


얼마 전에 소천한 연세대의 김동길 명예교수는 “이제 살 날이 많이 남지 안아 내게 남아 있는 것은 조국 대한민국 하나뿐이다. 대한민국이 없으면 나는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그래서 나는 누구라도 대한민국을 비방하는 사람을 용서할 수 없다. 그가 누구이건 한결같이 증오한다. 그가 노조원이건, 교사이건, 교수이건 그대로 둘 수 없다. 또 경상도 사람이건, 전라도 사람이건 대한민국을 헐뜯는 자는 내 원수이고, 대한민국 안에 살려 둬서는 안되는 인간이라고 믿는다. 국민의 70% 이상이 같은 생각이라고 믿는다. 나는 우리들의 승리를 확신한다. 나도 44번 버스의 방조자는 아닌가?”라고 말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전하면서 여러분들에게 묻습니다. 


‘나 몰라라’ 방조했던 승객들이 청년을 버스 밖으로 쫓아낼 때는 모두 적극적이었습니다. 


최근에 이유도 없이 여성에게 어깨로 밀친 뒤 시비를 걸어 폭행한 ‘서울역 묻지마’ 폭행 사건이 생각납니다. 피해자 지인의 말에 따르면 사고 당시 길가에 대기하던 택시 기사들이 많았고, 도와달라고 소리쳤으나 담배를 피우며 구경만 했다고 합니다.


나도 44번의 버스 승객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나는 44번 버스 안의 방조자는 아닐까요? 나와 여러분들은 44번 버스에서 쫓겨난 승객이 될 수 있습니까? 자유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침묵의 방조자는 되지 말아야 합니다.


강석종 뉴스워크 칼럼니스트 기자 newswalk@naver.com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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