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3(금)
 

4354 신축년 07월 21일(수)

 

화창한 날씨다. 바람이 제법 분다. 시원한 느낌이다. 밤사이 열대야가 잠을 깊게 들지 못하게 했다. 여전히 비 소식은 없다. 지난주처럼 소나기가 내리면 좋겠다.

 

제법 시간이 지났지만, 어느 때부터 감천 마을이 명성을 얻었다. 그리고 이름도 감천 문화마을이라 불린다. 고개 너머 비석마을과 함께 많은 사람이 찾아간다. 초량 이바구길 주변과 영도 흰여울 문화마을 등도 그렇다. 사실 이런 마을은 공통 특징을 가진다. 남북전쟁 때부터 급격하게 늘어난 사람들이 얼히고 설켜 만들어 낸 움막촌이나 바닷가에 설깃 지은 집이었다.

 

그렇게 아무 계획도 없이 막 지은 집들이 가득한 곳이다. 어느 날부터 그곳에는 사람들이 북적였다. 마을 살리기, 도시재생사업으로 불리면서 말이다.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신문,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그런데 그곳에 사는 이들은 많은 불편을 호소했다. 눈으로만 구경하는 게 아니다. 뜬금없이 문을 훅 열어젖힌다. 또한, 갑자기 많은 사람이 몰려와 왁자지껄 시끄럽다.  

 

마을에 사람들이 북적이니 돈을 벌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아주 일부가 얻게 되는 수익이다. 그곳에 사는 분들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1년 내내 마을 골목길을 채워 어수선하다. 부산시나 구에서는 관광객 유치니, 도시 홍보를 한다고 열을 올린다. 정작 그곳 주민들은 생활의 불편을 호소한다. 도시 홍보를 통해 관광객이 늘어나 수입을 키우는 데 혈안이 되어있다.

 

더구나 지금 같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많은 사람이 찾는 건 불안하다. 어디서나 상대방과 접촉이 가능한 좁은 골목길 동네이다. 두 곳의 문화마을과 이바구길은 특히 골목이 좁다. 원래 그곳은 마을이 설 곳이 아니었다. 산비탈을 깎아 편평한 곳에 하꼬방을 세웠다. 다닥다닥 붙은 방 사이로 사람이 다닐 길 아닌 길이 생긴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 자리에 집이 들어섰다.

 

전쟁 이후, 어떻게든 먹고사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산복도로가 생긴 이유다. 어쨌든 문화마을이니 무슨 길이니 이름 붙여 관광객 유치도 좋다. 그러나 그곳에 사는 사람들 시선으로 다가가는 노력이 절실하다. 마을 재생 전문가란 타이틀을 달고 이런저런 곳을 배회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시선이다. 그곳에 터전으로 삼아서 사는 분들 입장은 속살을 남에게 내보이고 싶지 않은 사람도 많다.

 

재개발이나 주택조합을 만들어 아파트를 짓는 쪽도 그렇다. 원주민은 땅 주인이 몇 없다. 그런데 재개발에 주택조합을 세워 아파트를 짓는 일이 일어난다. 그곳 역시나 원주민들 시선에서 바라보는 이들이 아주 적다. 자본주의 사회가 돈 버는 일에 빠져드는 게 나무랄 일은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부를 쌓기 위해 혈안이 된 사람들이다. 당연히 재개발 이익으로 수십, 수백억을 벌어들인다.

 

이것이 전쟁 이후, 우리나라 국민들이 지나온 길이다. 소수의 졸부가 수백억대 재산을 모아 떵떵거리며 산다. 바른 부자들도 많다. 하지만 돈을 갑자기 벌어들인 사람들은 그런 부를 감당치 못했다. 사회 곳곳에 여러가지 부작용이 나왔다. 그냥 돈이나 쓰면서 살면 그나마 별일은 없었을까! 졸부가 명예도 갖고 싶은 마음마저 생기면서 사회 분위기가 돈 세상으로 바꿔버린다.

 

수많은 사람이 불편을 호소한다. 그러나 사회는 이미 돈 본위 사회가 되어버린 뒤이다. 돈으로 시작하고, 돈으로 불법을 조장하여 자신의 부를 더욱 키워가는 걸 멈추지 않았다. 부자도 존경받을 충분한 이유가 있다. 성공을 위한 정성과 노력은 매한가지다. 그렇지만 불법과 뇌물을 발판으로 계속 부를 키운 이들을 누가 어찌 존경을 표하겠는가? 사회적 도덕성이 바닥으로 떨어진 현실이다.

 

... 지하철 출근길의 단상. 南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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