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3(금)
 

4354 신축년 07월 22일(목)

 

바람이 분다. 그것도 시원한 바람이다. 집 안은 후텁지근한 데 밖은 시원하다. 하늘은 구름이 살짝 가린 덕분이다. 비 예보는 여전히 없다. 한낮은 후끈하다.

 

비 오는 날이 그립다. 연일 이어지는 30도가 넘는 한낮이 열기를 품었다. 계속될 상황이다. 밖은 그나마 해가 지면 시원하다. 그런데 집 안에는 그렇지 않다. 낮에 받았던 열기가 온돌처럼 품고 있다. 아파트는 콘크리트가 열기를 품는 형국이다. 그러니 해가 지고도 더위가 빠지지 않는다. 새벽도 매한가지다. 밖은 시원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방은 여전히 덥다.

 

어제가 중복이었다. 그리고 오늘이 대서다. 가장 더울 때라고 알린다. 24절기는 우리나라 지형에 맞춘 절기는 아니다. 엇비슷할 뿐이다. 대서가 지나 8월 초이면 입추가 있다. 뜨거운 열기도 때를 지나면 꺾이기 마련이다. 아마도 태풍이 몇 개 지나가리라 여겨진다. 비와 바람이 강하게 내리고 불 것이다. 어떤 것은 두 개 다 갖고 온다. 그런 태풍이 심각한 피해를 남긴다.

 

요즘 태풍은 예전보다 강해졌다. 특히 태풍 '매미'가 기억에 남는다. 그해 추석 때 다가온 매미가 전국을 강타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 마산만 바닷물이 넘어서 항구, 도로를 덮쳤다. 거기에 대우백화점을 물바다로 만들었다. 거기에다 지하층은 완전히 물이 찼다. 물을 빼고 정리하는 데 며칠이나 걸렸다. 추석연휴 태풍은 인구에 회자했던 사라호가 소환됐다.

 

올해는 어떤 태풍이 우리나라를 지나갈지 자못 궁금하다. 늘 겪는 연례행사지만 적응되지 않는 일이다. 좋은 점도 있지만, 피해가 워낙 크다. 그렇다고 태풍을 막을 수도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본이란 방파제가 자리하고 있다. 일본이란 나라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만 태풍과 비바람을 막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렇게 보면 세상에 나쁜 것도 좋은 거 하나는 갖고 있다.

 

사계절을 가진 우리나라는 때에 따라 다양한 일기를 보인다. 21세기 들어 기후가 심각하게 바뀌고 있지만 아직은 계절을 유지하고 있다. 적어도 2100년까지는 계절을 유지하고 있을 것으로 예견한다. 그렇지만 만년설이, 빙하가 사라지는 때, 기존의 기후를 지키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서 우리는 인류의 선택에 따른 결과를 마주하게 된다.

 

뜨거움은 충분히 느끼고 있다. 비가 부족하다. 그렇지만 비가 내릴 기운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이럴 때는 제사장 시대와 다른 게 없다. 하늘만 믿고 기댈 수밖에 없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의 진정한 현실적 모습이다. 자연 현상은 여전히 신의 영역이지 인간이 조절할 수 없는 것이다. 이걸 알면 행동이 필요한 데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다.

 

이래서 종말론이 힘을 얻는 것이다. 결국 대재앙이 닥쳐서 인류와 문명은 최후를 맞게 된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이 허무맹랑한 것만은 아니다. 좋지 않은 징조를 끌어모으고 주장에 맞춰 구성되면 그게 비기(秘記)가 된다. 그러면 비기를 이용, 종말론과 같은 주장으로 사람들을 현혹한다. 중요한 것은 이런 허무맹랑한 것에 지식인들도 예외 없이 놀아난다는 데 중요한 논점이 있다.

 

날씨를 바탕으로 글을 쓰면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여름철에 어울리는 호러물, 극지방, 외딴 섬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글이 많다. 아마도 그런 글을 써내는 작가도 사실은 상상만 해도 섬뜩하게 느껴지는 것은 비슷할 것이다. 비가 일찌기 내려주기를 바란다. 결코 재난 영화를 현실로 겪는 일이 되는 걸 바라지 않는다. 여름 날씨가 극한을 보이지 말고 지나기를 바란다.

 

... 지하철 출근길의 단상. 南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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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날씨가 만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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