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9(목)
 

4354 신축년 07월 30일(금)

화창한 날씨가 이어진다. 아침 나서는 길에 바람이 인다. 작은 바람결이 그나마 시원하다. 아직 열기가 아침까지 덮지는 않았다. 금정산 자락이 가진 힘이다.


요즘 뜻하지 않는 일이 다가왔다. 곰솔문학회 입회를 뒤늦게 한 분이 담도암이란 병을 앓고 있었다. 선배님 시가 절절하다. 처음 본 모습은 흰 머리카락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암 수술을 한 지가 3년 쯤 지난 것으로 알았다. 가끔 서울 나들이를 간다고도 했다. 그 시간은 병원 가는 길이였다. 그렇게 다니는 시간들이 끊이지 않는 길이다.


그런데 얼마 전 곰솔문학회 단톡방에 사진 하나가 올라왔다. 사진은 바짝 마른 몸, 중증 환자의 그것이었다. 작년 연말에 봤던 그 모습이 아니었다. 그리고 동기들이 개인 시집 발간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어제 오후 선배님 개인 시집을 보게 됐다. 참 예쁜 편집을 마친 시집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더 아픈 사람아'는 가편집 된 시집을 보여주니 '좋다'는 한마디를 했다고 들었다.


그이는 참 정이 많은 사람이라 전해 들었다. 동기들을 알뜰살뜰 챙겼다 한다. 그런 심성을 가진 이를 하늘은 빨리 데려간다. 어느 생명인들 고귀하지 않겠는가! 삶은 딱 한 번 주어진다. 많이 가진 이도, 적게 가진 이 누구나 한결 같다. 그래서 생명은 귀하고 값지다. 더불어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생명의 소중함을 모른다.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말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스스로가 목숨을 해하는 자살로 많은 생명이 삶을 마친다. 어떤 이에겐 너무나 절박한 생명이 다른 어떤 이에겐 힘든 시간으로 받아들인다. 여기에 사회적 문제가 숨어있다. 그것은 청소년 자살이다. 씩씩하게 자라야 할 아이들이 목숨을 스스로 끊는다. 우리나라 사회적 문제를 단적으로 나타난다. 청소년 자살율, 세계 1위다.


어린 아이들이 얼마나 힘겨울까? 그래서 소중한 목숨을 스스로 버리고 있겠는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첫 개인 시집을 낸 그분은 삶에 대한 의지가 절실하다. 하나 그이는 의지와 무관하게 병마가 온몸을 옥죄고 있다. 일분일초가 그이는 너무나 소중하다. 뒷바라지를 해온 아내에게 써준 시가 시집 제목이 됐다. 병으로 목숨을 잃는 이에게, 힘겨움에 목숨을 버리는 이. 모두 생명은 귀하다.


'더 아픈 사람아'란 시집이 나오는 데 아주 많은 이들의 수고로움이 있다. 가까이 고교 동기들이 나섰다. 뒤이어 문학회원도 힘을 보탰다. 거기에 작년 부군을 잃은 화가도 한편 한편의 삽화를 그려줬다. 혈액암으로 작년에 생을 마친 부군도 그이 고교 동기이다. 삶은 이런 모든 인연의 끈을 잡고 살아간다. 누구도 살아있는 때, 사람 간의 연결이 삶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가까이 있는 가족과 이야기를 하자. 그것도 살갑게 웃음으로 다가가자. 세상에는 많은 아픔이 있다. 또한, 더 많은 기쁨도 있다. 그런데 그 많은 기쁨은 사는 이들이 스스로 찾아야 한다. 아픔은 갑자기 찾아들지만, 기쁨은 자신이 직접 찾아 나누는 데 뜻이 있다. 찾아내지 않는 기쁨은 계속 어둠에 쌓여있다. 살아가면서 일상으로 기쁨을 드러내서 함께 누리는 삶이 최고다.


... 지하철 출근길의 단상. 南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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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世論書筆]삶은 선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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