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9(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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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승익의 단상,[世論書筆]

 

4354 신축년 08월 06일(금)

강렬한 햇볕을 가리는 게 없다. 하늘은 구름 조각 몇 개만 떠 있다. 여전히 무더운 태양이 작열하고 있다. 비구름이 생길 기미조차 없다. 여름 한가운데를 서 있다.


수많은 시간 위를 걸어간다. 비 오는 날에도 멈추지 않았다. 햇살이 포근한 때에도  뜨거움이 가득할 때도 변함없이 걷는다. 우리들 삶은 멈추지 않는다. 오늘도 그런 시간 위에 서 있다. 아득한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마치 지구를 떠나 저 우주의 시간으로 떠났던 보이저호가 움직이듯 말이다. 우리 삶은 멈추는 순간. 생을 마치고 머물게 된다.


골목길을 걷다 보면 아담한 담벼락을 마주한다. 그곳에는 여러 가지 꽃들이 피어 보는 이를 기쁘게 한다. 다양한 색깔을 뽐내고 있다. 폐튜니아는 갖가지 색상으로 보는 눈을 웃게 만들고 있다. 화려한 꽃밭에 노란 꽃이 피어있다. 바로 금계국이 자리한다. 노란 잎이 4개씩 여러 쌍으로 피어있다. 노랑이 주는 편안함을 보인다.   담벼락에 작은 우주를 만들고 있다.


무궁화는 유월 말쯤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꽃은 짧게 피었다가 진다. 그렇지만 꽃대가 계속 올라와 꽃을 피우고 있다. 그렇게 근 3개월 동안 계속 피고 지는 게 이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무궁화를 100일 동안 핀다고 이야기를 한다. 수많은 꽃 그들이 수없이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과정이다. 잎은 짙은 푸르름을 띤다. 다양한 꽃들이 있지만, 여름꽃으로 관상용은 단연 최고다.


나라꽃. 무궁화는 길가에서 쉽게 마주한다. 창녕 어느 곳, 지방도로 길가 나무를 심어 무궁화 거리로 만들어 놓았다. 자동차로 달리면 짧은 시간이다. 차를 세우고, 내려서 걸어가 보라. 색채가 다양한 무궁화 세상 속을 걷는 기분이 최고다. 문득 스치듯 지나다가 내려보라. 또 다른 여름은 시간을 만날 것이다. 화려한 꽃잎은 아니다. 그러나 꽃술을 자세히 보라. 깊이 빨려든다.


한창 더위로 힘겨운 때다. 그렇다고 너무 쳐져 있으면 힘들다. 스스로가 흘리는 땀과 더위로 흐르는 땀은 전혀 다르다. 더위에 지쳐 흐르는 땀은 무척 칙칙한 더위다. 하지만 몸을 움직여 땀을 흘리고 나면 시원함을 가져다준다. 수동적인 것과 능동적인 움직임은 아주 다르다. 특히 스스로의 마음 자세부터 달라져 있다. 그것은 어떤 것을 대하는 마음이 벌써 다르다.


저녁에 산책을 나서서 만난 담벼락을 마주한 시간이 좋았다. 덕분에 예쁜 꽃을 마주했고, 걸어서 동네를 둘러보았다. 덕분에 시원한 땀을 흘렸다. 간단히 샤워하니 개운한 게 그만이었다. 어떤 일을 마주할 때, 스스로 주인으로 자리 잡느냐에 따라 거기서 느끼는 게 달라진다. 그래서 수처작주 입처개진 (隨處作主 入處皆眞)이라 했다. 자신이 어디든 주인이 되자.


누구나 다양한 곳에서 여러 상황을 만난다. 그런 상태에서 삐죽거리면 다른 이와 거리감이 든다. 스스로가 다가서는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행복한 시간을 만들자. 이왕 그곳에 머무르고 있어야 할 상황에서 삐죽거려선 좋을 게 없다. 어디서나 결국 자신이 어떤 자세를 갖느냐에 따라 세상이 바뀐다. 우리의 시간은 머무르지 않는다.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흐르고 있다.


... 여유로운 시간의 단상. 南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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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世論書筆]사는 동네 골목길을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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