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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승익의 단상,[世論書筆]

 

4354신축년 08월 07일(토)

변함없이 하늘은 푸르다. 비가 내린다고 했던 예보를 무색하게 만든다. 하늘색을 봐선 비는 여전히 요원한 때이다. 어제 저녁 밤하늘 별빛이 유난히도 밝게 빛났다.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했다. 바쁜 일상이 끝났다. 흔히들 백수도 과로사한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곤 한다. 어젯밤 저녁을 같이한 동기도 그 말을 했다. 올해 들어 직장 생활을 끝내고 유유자적하고 있다. 많은 시간을 바쁘게 움직인다는 이야길 강조하면서 되뇐다. 그이와는 참 오래된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 사회 첫발을 내딛는 곳에서부터 함께하는 동기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바다로 나간 것이다. 한치, 문어를 수확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그이의 발걸음을 바다로 이끌었다. 나는 새벽녘까지 깊은 잠이 들었다. 이른 아침 일어나보니 1층이 텅 비어 휑하고 없었다. 그렇게 느긋한 아침을 맞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1층에서 기척이 들렸다. 계단을 걸어서 내려가니 라면을 끓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어디를 다녀왔냐고 물으니 그제야 새벽 이야기를 했다.


지난밤, 표선 바닷가 횟집에서 술자리를 하고 숙소까지 걸어왔다. 근 1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였다. 숙소는 고교 동기가 고향에 마련해놓은 펜션이다. 윤모와 나는 생면부지이지만, 함께 술자리를 한 홍모는 고향과 고교 동기이다. 그런 덕분으로 숙소를 마련해두었다. 편안한 휴식을 하기에 최적의 공간이 되었다. 아무것도 생각지 않는 쉼을 하기에 그만이다.


해물을 곁들여 끓인 라면이 정말 시원한 꿀맛일 따름이다. 가까운 오름을 가고자 나섰는데, 애월 쪽으로 급하게 운전대를 돌렸다. 노꼬메 오름을 추천한다. 첫걸음 하는 오름이다. 작은 노꼬메와 큰 노꼬메, 그 사이에 뀃오름이 함께하는 공간이라 넉넉한 곳이다. 어느 산이나 작은 동산이라도 정상은 쉽게 보여주지 않는 것처럼 이곳도 다른 곳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오름 짓을 한참 해야만 꼭대기를 보여준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 걷는 게 쉽지 않다. 금방 땀샘이 열리면서 땀이 솟아난다. 하지만 곧 오름 숲길을 만났다. 시원한 숲속은 걷기에 최고의 공간이다. 급하게 오르는 구간은 잠깐이면 끝이 났다. 작은 노꼬메에서 바라본 한라산은 설탕 구름이 가려버린다. 다시 내리막길을 걸어간다. 삼거리에서 큰 노꼬메로 오르는 길은 제법 가파르다. 가파른 길보다 나무 계단이 더 힘든 구간이다.


큰 노꼬메 정상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시야가 기분을 풀어준다. 비지땀이 온몸을 감싸지만, 그것도 방해꾼이 되지 않는다. 그만큼 노꼬메 정상은 시원한 바람, 시야, 거기에 조용함까지 즐거움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가끔 마주치는 등산객도 조용한 공간을 깨트리지 않는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시공간을 함께 나눠 즐기고 있다. 시끄러운 일들이 없는 참 다운 쉼이 너무나 좋았다.


이번 여행은 계획된 일이 아니다. 갑작스레 이뤄진 여행이다. 단출한 몸으로 1인 예약을 하니, 비행기 삯도 2만 원이 채 되지 않았다. 어린 시절 무전여행을 떠올려 무작정 길을 나선 것이다. 그렇게 찾아든 여행 길인데, 이곳에 사는 홍모는 무척 반갑게도 맞이해 주었다. 스스럼없이 지내는 몇 안 되는 벗이 홍모이다. 즐거움이 가득한 여행길도 오늘이면 마무리한다.


내일 아침 일찍 이곳을 떠나서 집으로 갈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찾은 섬나라인데 기쁜 추억 거리를 하나 남겨두게 되었다. 점심으로 말고기 한 상을 받았다. 처음 접한 말고기 한 상이다. 세트 차림이라 종류도 다양하여 느긋한 점심시간이 되어 배도 든든하게 먹었다. 숙소로 잠시 들러 샤워까지 하고 나니 천국이 바로 여기다. 동무가 좋은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을 해보는 시간이다.


... 여유로운 시간의 단상. 南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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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世論書筆]여행은 떠나는 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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