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3(금)
 

대한민국 헌법 제2장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행복을 보장하며, 피해를 당한 국민을 보호하고 구조하는 것”이라고 국가의 의무를 밝혀 놓았습니다. 헌법 제66조에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고 했습니다.


문재앙이 지난 2020년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나라가 국민에게 해야 할 역할을 다 했는지, 지금은 다하고 있는지,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이제 단 한 사람의 국민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문재앙은 광복절 기념사 이후 37일 뒤에 제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며 국제 사회의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종전 선언을 하자”고 한 바로 그날 밤(9월 21일) 북조선은 대한민국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연평도 해역(서해 북측 수역)에서 북조선 인민군에게 총살을 당하고, 불에 태워지고, 사체도 찾지 못하도록 수장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문재앙은 피살된 국민에 대해 공개석상에서 어떠한 애도의 말도 하지 않다가 사건 발생 170시간 만에 나왔습니다. 북조선 김정은의 통지 이틀 후 지난달 2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피살자 유가족에게 처음으로 육성 애도를 표시했습니다. “한 사람의 국민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어디로 갔습니까? “국민 단 한 명도 포기 않는다”고 했던 문재앙, 북조선이 죽이면 예외입니까? 당신의 국민은 도대체 누구란 말입니까? 당신의 국민은 누구입니까?

문재앙의 발언 직후 여당은 “월북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당 양향자 의원은 야당을 향해 “굳이 월북이 아니라고 우기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29일 해양수산부는 “월북이 사실”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우리 국민이 북조선 인민군에게 잔인한 방법으로 학살당했는데 청와대 안보실장은 “두 정상 간에 이렇게 따뜻하고 아름다운 친서도 오갔다”고 했습니다. 서해에서 우리 국민이 총 맞아 죽고 소각당했는데 그런 말이 나올 수 있습니까? 이 정부의 대표적인 대북 유화주의자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굉장히 유감스럽고 불행한 일이지만 이번 일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고 했습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김어준씨는 ‘화장(火葬)’이란 표현을 썼고, 유시민씨는 통지문 사과를 한 김정은을 ‘계몽군주’라고 했습니다. 다들 북한의 만행을 두둔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응은 북조선 김정은이로 하여금 대한민국 국민의 목숨을 우습게 여기게 하는 것입니다. 이 정부는 김정은이 통지문을 보내 사과했다며 반색했습니다. 그러나 북조선은 공식 사과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고,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를 부인했습니다. 이는 사과는커녕 대한민국을 조롱한 처사이자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모독입니다.

만약에 이스라엘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그들은 어떻게 했을까요? 이스라엘은 그 범행을 저지른 배가 육지로 돌아 가기 전에 이미 전투기가 출격해 해상에서 박살 냈을 것입니다. 그리고 난 다음에 대통령은 즉시 유가족을 찾아 가서 위로하고 슬픔을 함께 나눴을 것입니다.

이스라엘이 아닌 요르단도 마찬가지입니다. 2007년 2월, IS가 요르단 전투기 조종사를 산 채로 화형에 처하자 국왕이 즉시 유가족을 찾아가 위로하며 응징을 다짐했으며, 그리고는 국왕이 직접 전투기를 몰고 30대를 동시에 출격시켜 IS 본거지를 격파하고 돌아 왔습니다. 당시 공격으로 IS대원 57명이 사망했습니다. 적어도 대외정책이야 어찌하든지 자국민은 지켜 줘야 대통령이고, 이런 지도자가 있어야 국민이 믿고 살지 않겠습니까?

만약 일본 해상자위대가 현해탄에서 표류하는 우리 국민을 발견한 뒤 구조하지 않고 여섯 시간이나 방치했다가 사살하고 소각했다면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했을까요? 과연 종전 선언이라는 망언과 자금 같은 이런 황당한 조치를 취했을까요? 스가 일본 총리가 사과 성명도 없이 고작 통지문을 한 장 달랑 보냈다면 우리 정부는 어떻게 했겠습니까? 궐기대회를 부추기며, 반일 선동으로 온 나라가 난리가 났겠죠? 이것이 바로 문재앙 정권의 실체입니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폭거이고, 당연히 보복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가다운 국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조선 김정은이 보낸 통지문에 문재앙은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 국민에게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해온 것에 대해 각별한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하니까 북조선의 김정은이 대한민국 국민의 목숨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겠습니까? 이것은 김정은에게 언제든 대한민국 국민을 죽일 수 있는 살인면허증을 준 것이 아닙니까?

청와대는 ‘북한이 도발하지 못하도록 방어태세를 철저히 하라’고 우리 군에 주문하지만 이는 상대가 도발할 경우 철저히 응징함으로써 도발할 의지를 꺾는 미국 방식과 비교됩니다. 미국은 ‘미국 국민이 공격당하면 반드시 국가가 나서서 응징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리언 패네타 전 미국 국방장관도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는 국민을 건드리면 엄중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점을 (북한에)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9·11 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 제거였습니다. 미국은 10년 동안 끈질기게 빈 라덴을 추적한 끝에 2011년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 은신해 있던 그를 찾아내 사살하고 바다에 수장했습니다. 미국은 빈 라덴 제거 작전을 녹화 중계해 미국 국민이 살해당하면 미국이 어떻게 보복하는지 전 세계에 보여줬습니다.

대한민국도 과거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한 전례들이 있습니다. 북한의 도발을 우리가 처음으로 원점 타격한 ‘몽금포 작전’이 있습니다. 1949년 8월10일 북한이 인천항에 정박한 미국 군사고문단장의 전용보트를 탈취하자 우리 해군은 1주일 후인 8월 17일 몽금포항에 보복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북조선이 미국 배를 탈취해서 정박해 둔 몽금포항에 우리 해군 특공대와 통영함이 접근해 37mm 포로 북한 함정 네 척을 격침했습니다.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 발생 12일째 되는 12월 4일 취임한 김관진 국방장관은 취임사에서 “앞으로 북한군이 도발할 시 우리 군은 그 원점뿐만 아니라 지원과 지휘세력까지도 완전 타격하는 철저한 응징보복을 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히며, 예하 부대에는 “현장에서 선조치 후 보고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그 후 4년 동안 북한의 무모한 도발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북조선에서 가장 무서워 하는 군인이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문재앙은 왜 국민 허락도 받지 않고 우리 국민을 죽인 자를 용서합니까? 집권당은 어떻게 통지문 한 장에 대북규탄결의안에서 발을 빼는 것입니까? 국가는 국민에게 위해를 가한 자를 용서할 권리가 없습니다. 오직 응징할 의무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 의무를 저버리면 국민이 위험에 처하기 때문입니다. 그 의무를 저버린 나라는 나라라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청와대 참모들은 새벽이라고 문재앙을 깨우지 않았지만, 백악관 참모는 새벽에 대통령을 깨웠습니다. 2009년 4월 새벽, 북조선이 장거리 로켓를 발사했을 때, 유럽을 순방 중이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수행한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새벽 4시 30분 잠자는 대통령을 깨워 사실을 알렸습니다. 오바마는 바로 일어나 백악관 참모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상황을 보고받고 대응책을 지휘했습니다. 이것이 정상적인 국가이고, 대통령이 아닙니까? 먼 나라에서 로켓을 쏜 것과, 국민이 코앞에서 총살당한 것 중 어느 것이 더 긴박하고 무거운 일입니까?


그러나 우리 정부는 한술 더 떠서 그 국민을 월북자로 몰았고, 극렬 여당의 지지자들은 ‘월북이 자랑이냐?’며 유족들에 악플 공격을 했습니다. 피살 공무원의 형은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만행이 더 끔찍하다”고 절규합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이슬람 테러로 프랑스인들이 참수 당하는 사건이 잇따르자 “프랑스가 공격당했다.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참수당한 중학교 교사를 추모하기 위해 파리의 한 광장에 1만명 넘는 시민들이 모였을 때, 장 카스텍스 총리와 나란히 앉은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야당 소속으로 평소 마크롱 정부와 사사건건 부딪치는 사이였지만 테러에 대한 분노로 연대한 것입니다. 이런 것이 공격당한 국가와 국민, 대통령이 해야 할 말과 행동이 아닙니까?

종전선언을 원하는 문재앙은 사건 직후 북한 책임을 일절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충성파 야당 의원들이 방어막을 치는 가운데 사건 발생 엿새 만에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송구한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북조선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각별한 의미로 받아 들인다”고 했습니다.

마크롱과 문재앙의 말 중 어느 것이 정상입니까? 적어도 “다시는 북조선이 그런 짓 못 하게 하겠다”고 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1700년전 확립된 군사학의 기초공식은 베게티우스가 말한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것입니다. 1973년 파리평화협정에서 미국의 헨리 키신저는 “공산주의자들이 말하는 평화협정이란 결국 ‘공산화’였다. 결국 종이 쪼가리 평화협정이 평화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오직 강력한 힘의 우위가 평화를 지켜 준다”고 말했습니다.


한마디로 평화는 협정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힘에 의해서만 지켜진다는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23년 6월 15일 ‘제1연평해전 승전 24주년’을 맞아 “자유와 평화, 번영을 위해 헌신하신 영웅들을 잊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1999년 6월 15일은 휴전 이후 처음 발생한 남북간 해상 교전에서 우리 군이 큰 승리를 거둔 날”이라며 이렇게 적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단 한 순간의 주저함도 없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우리의 압도적인 힘만이 적에게 구걸하는 가짜 평화가 아닌, 진짜 평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강석종 뉴스워크 칼럼니스트 기자 newswalk@naver.com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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