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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편집 2025-05-30(금)
 
  • 부산항축제로 국제여객터미널 주차장 잠식… 대중교통 이용 강요에 탑승객 ‘분통’
  • 관광객 유치한다는 항만공사, 정작 크루즈 승객은 뒷전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이 본래의 기능을 망각한 채 축제 장소로 전락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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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국제여객터미날 전경

 

오는 5월 30일, 이탈리아의 초대형 호화 크루즈선인 ‘코스타 세레나호’가 3,700여 명의 승객을 태우고 부산항에 입항할 예정이다. 그 중 한국 내에서 승선하는 인원만 약 2천 명에 달한다. 이들은 전국 각지에서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로 모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주차 공간이 사실상 봉쇄되다시피 해 대혼란이 예고되고 있다.


문제의 시작은 부산항만공사가 5월 29일부터 시작되는 ‘부산항축제’를 이유로 크루즈 전용 야외주차장을 행사 주최 측에 임대했다는 데 있다. 해당 주차장은 본래 여객터미널을 이용하는 승객들을 위한 공간으로, 크루즈 승객들이 자가용을 주차하고 편리하게 탑승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곳이다. 하지만 항만공사는 이 중요한 공간을 외부 축제 행사장으로 제공해버렸고, 이로 인해 크루즈 승객들은 발 디딜 틈 없는 주차난에 직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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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세레나호 전경

 

크루즈를 운영하는 여행사 측은 이 같은 상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초 2천여 명에 이르는 승객이 자가용을 이용해 부산항에 집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고, 사전 안내에서도 국제여객터미널 주차장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불과 하루 전, 축제로 인해 주차장이 사실상 사용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크루즈사 측은 긴급하게 탑승객들에게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해 달라”는 내용의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주차 안내원에게 크루즈 탑승객임을 밝히도록 당부하는 내용도 함께 전해졌다. 그러나 이미 차량 이동 계획을 세운 승객들에게 이는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없었고, 항의 전화가 이어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항만공사는 해당 사안에 대해 "이미 축제 일정과 계약이 완료된 상태이기 때문에 조정은 어렵다"며 사실상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입장이다. 이는 공공기관이 본연의 역할보다는 수익성에 치우쳐 시민의 편의를 외면한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국제여객터미널은 말 그대로 국내외 여객의 원활한 이동을 지원하는 공공 인프라다. 크루즈 여객은 항만 이용의 주요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에서 철저히 뒷전으로 밀려났다. 항만공사가 관광객 유치를 외치면서 정작 외지에서 오는 승객에게는 불편과 혼란을 안겨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정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코스타세레나호는 5월 30일 오후 2시에 탑승수속을 시작해, 오후 5시에 부산항을 출항할 예정이다. 다수의 승객이 오전부터 여객터미널에 도착해 차량을 주차하고 수속을 밟는 일정이 예정되어 있는데, 주차장이 행사장으로 쓰이면서 사실상 주차 공간은 전무한 상태다. 이로 인해 가족 단위 승객이나 장거리 이동 승객들은 큰 불편을 겪게 됐다.


이러한 상황은 항만공사의 운영체계에 심각한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크루즈 입항 및 출항 일정은 수개월 전부터 정해져 있었으며, 단체 승선객이 대거 몰릴 것이란 사실 또한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려하지 않고 주차장을 외부 행사에 임대한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시민 편의 경시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사과가 아니라 제도적 개선이다. 부산시와 항만공사는 국제여객터미널 주차장의 용도를 엄격히 관리해야 하며, 대형 크루즈 입항 시 외부 행사와 일정이 중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조율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갑작스러운 혼란 상황에 대비한 비상 대응 매뉴얼 마련도 시급하다.


부산항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해양관광의 관문이다. 크루즈 승객들은 단지 여행자가 아니라, 부산항의 첫인상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손님들이다. 항만공사가 이들에게 불편을 강요하고, 공공 인프라를 수익 행사에 내어주는 현실이 반복된다면, ‘관광도시 부산’의 명성에도 큰 흠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시민의 불편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공공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진정성 있는 행정 운영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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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여객터미널은 누구를 위한 곳인가?” – 코스타세레나호 2천여 명 승객 외면한 부산항만공사의 기막힌 주차장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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